【출전】 (전국시대) 한비(韓非)의 『한비자(韓非子)·난일(難一)』
【해석】 야(厭): 싫어하다, 혐오하다. 사(詐): 속이다, 기만하다. 전투 시 가능한 한 가짜 상황을 만들어 적을 혼란스럽게 하여 승리를 얻는다는 뜻이다. 전쟁에서 상대를 속이는 계략을 잘 써야 하며, 즉 적에게는 너무 성실하거나 신의를 지키려 하지 말고, 적이 전혀 예상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비유한다.
【역사 전승】
한 안제(漢安帝) 재위 기간 동안, 양족(羌族) 부족들이 한나라 국경을 자주 침범했고, 어느 날은 한나라의 무도군(武都郡)을 포위하기까지 했다. 이에 한 안제는 급히 우서(虞詡)를 임명하여 양군(羌軍)과 맞서 싸우도록 했다. 우서는 부하들을 이끌고 밤새 무도군으로 급히 달려갔으나, 진창(陳倉), 효곡(崤谷) 일대에 도착했을 때 수많은 양군의 저지로 인해 전진하지 못했다.
우서는 이 상황을 보고 즉시 군대의 전진을 중단하라고 명령한 뒤, 큰 소문을 퍼뜨렸다. "조정에서 보낸 대군이 곧 도착할 것이며, 그때 전후로 양군을 공격할 것이다."라고 말이다. 양군은 이것이 계책임을 알지 못하고, 군량과 초피(草皮)를 약탈하기 위해 병력을 네 갈래로 나누어 흩어졌다. 우서는 양군이 분산된 것을 보고 기회를 잡아 양군의 방어선을 돌파하고 무도군으로 계속 진군했다.
우서는 군대에 전속력으로 진군하라고 명령했으며, 하루에 백여 리를 행군하게 했다. 각 부대 병사들에게는 첫날에 두 개의 군용 조리 구덩이(조갱, 灶坑)를 파게 하고, 그 후 매일 두 배씩 늘리도록 했다. 장군들은 이 명령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손빈(孫臏)이 군대를 이끌 때는 적을 혼란스럽게 하기 위해 매일 조리 구덩이를 줄였고, 병법에서는 하루에 30리를 행군하면 안전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매일 조리 구덩이를 늘리고, 하루에 백 리를 가는데, 이는 선조들의 법도에 어긋나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우서는 답했다. "병법(用兵)은 상황에 따라 전략을 달리해야 합니다. 양군은 병력이 많고 사기가 높으니, 우리는 정면 승부를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느리게 움직이면 반드시 양군에게 추격당할 것입니다. 전쟁에는 간계가 늘어날수록 좋고(兵不厭詐), 가짜 상황을 만들어야 적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옛날 손빈이 조리 구덩이를 줄인 것은 약해 보이기 위한 것이었고, 지금 우리가 조리 구덩이를 늘리는 것은 강해 보이기 위한 것입니다."
양군은 한군이 매일 조리 구덩이를 늘리는 것을 보고, 한군의 병력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생각하여 더 이상 뒤쫓지 못하고 말았다. 그래서 우서의 군대는 안전하게 무도군에 진입할 수 있었다. 이후 우서는 뛰어난 군사적 재능으로 전투를 지휘하여 양군을 크게 무찔렀고, 불안정했던 무도군을 마침내 평정시켰다.
【성장의 교훈】
성실과 신의는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인간관계 상태이지만, 동시에 우리는 기만과 간계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 간계를 싫어하고 성실하게 행동하는 것은 군자의 본모습이다. 그러나 간계를 알지 못해 남의 음모에 빠지면 비웃음을 당할 뿐 아니라, 더 심각한 경우 자신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 현실 사회에 살아가는 우리들은 성실함의 '유토피아'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현실을 직시하고 세상의 간계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자신은 간계를 실행하는 원흉이 되어서는 안 되지만, 최소한 간계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쟁에는 간계가 늘어날수록 좋다'는 고사에서 얻는 교훈: 성실함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