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 『삼국지연의』 제17회
【의미】 머리카락을 잘라 목을 베는 형벌을 대신함. 자신을 본보기로 삼아 신의를 지키는 것을 비유한다.
【역사 고사】
동한 말년, 조조는 중원을 통일하고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병사를 모으고 말을 사들이며, 풀과 곡식을 비축하고 온갖 방법을 다해 인재를 끌어들였다.
조조의 손아귀에는 모계와 곽욱이라는 두 명의 모사가 있었다. 어느 날, 그들은 조조에게 두 가지 건의를 했다. 첫째, 황제의 이름을 빌려 천하를 통제하는 것으로, 이는 '천자를 끼고 제후를 명령한다(협천자이령제후)'는 전략이었다. 둘째, 농사를 중시하고 황무지를 개간하여 곡식을 많이 비축하는 것이었다. 조조는 이 조언을 듣고 매우 타당하다고 여겨 두 가지를 모두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철저히 기획한 후 시행에 들어갔다.
먼저 한 헌제의 행방을 알아낸 후, 직접 황제를 알현하여 그를 허창으로 데려왔다. 자신은 대장군에 봉해지며, 본격적으로 '천자를 끼고 제후를 명령하는' 전략을 시작했다.
첫 번째 정책이 성공하자 조조는 매우 기뻤고, 군사들의 사기도 한껏 올라 있었다. 조조는 이어 두 번째 정책인 식량 문제 해결에 착수했다. 그는 관리들에게 명령하여 '둔전령(屯田令)'을 작성하고 공포하게 했으며, 동시에 군대에게도 대규모로 황무지를 개간하여 군屯(軍屯)을 실시하도록 명령했다. 또한 병사들에게 작물을 보호하고 모내기를 밟지 못하게 철저히 금지했으며, 이를 어기는 자는 군법으로 처단하도록 엄명을 내렸다.
어느 날, 보리가 익는 시기였다. 조조는 급한 임무로 군대를 이끌고 출정했다. 부대는 빠르게 행군했고, 백성들은 두려워하여 멀리 피해가며 감히 작물을 수확하지 못했다. 조조가 이 사실을 알고 군령을 내렸다. "병사 중 보리밭을 밟는 자는 즉시 참수하여 공개적으로 경고하라. 부모 형제들이 두려워하지 않도록 하라." 병사들은 모두 조심조심 보리밭을 지나갔다. 조조가 말을 타고 지나가는데, 갑자기 보리밭에서 새 한 마리가 날아올라 조조의 말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말이 놀라 울며 네 발을 휘두르며 옆의 보리밭으로 돌진했다. 조조가 필사적으로 말을 멈추고 보니, 이미 보리가 넓게 짓밟혀 있었다.
조조는 즉시 말에서 뛰어내려 법령을 담당하는 관리에게 말했다. "내 말이 보리를 밟아 금령을 어겼으니, 군법에 따라 죄를 물어주기 바란다." 법령 관리는 말했다. "장군은 한 군대의 주帥(주군)이시니 어찌 죄를 물을 수 있겠습니까?" 조조가 다시 말했다. "내가 직접 세운 법을 내가 어기고도 처벌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군중을 복종시킬 수 있겠는가?" 법령 관리는 또 말했다. "귀한 분께는 형벌을 가할 수 없습니다. 장군은 한 군대의 주帥이시며, 게다가 보리를 밟은 것도 고의가 아니라 사고이니, 죄를 묻지 않아도 괜찮겠습니다." 조조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렇다면 죽음을 면제하겠지만, 내가 잘못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니 벌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말을 마치자 그는 모자를 벗고 칼로 자신의 머리카락 한 다발을 잘라 힘껏 땅바닥에 던지며 외쳤다. "姑且(임시로) 머리카락을 잘라 목을 베는 것을 대신하겠다."
조조가 머리카락을 잘라 군령을 엄격히 준수한 일은 금세 전군에 퍼졌다. 전군 장병들은 하나같이 경외심을 갖고 군령을 철저히 따랐으며, 누구 하나 어기는 자가 없었다. 당시 조조의 둔전 기지인 허창에서는 군과 민이 함께 농업을 발전시키고 작물을 보호함으로써 전란으로 황폐해진 농업 생산이 서서히 회복되고 발전할 수 있었다. 이는 조조가 제후들을 격파하고 북방을 통일하는 데 든든한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