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반(魯班)이 나무연을 만들다

노반은 돈황 사람이다. 어릴 적부터 손재주가 뛰어나서 온갖 아름다운 연을 잘 만들었다. 성장한 후 아버지를 따라 목수 기술을 배워, 다리를 놓고 집을 짓고, 절과 탑을 세우는 데 능통하여 하서 지방 일대에 명성이 자자했다.

그 해, 그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량주(오늘날의 우웨이)에 있는 한 고승에게 초청되어 불탑을 지으러 갔고, 2년 만에야 공사를 마쳤다. 그는 비록 량주에 있었지만 집에 계신 부모가 걱정되었고, 신혼 아내를 더욱 그리워했다. 어떻게 공사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도 집에 다녀올 수 있을까? 하늘을 나는 새들을 보고 영감을 얻어, 정교한 나무연을 만들고 장치를 달아 타보니, 과연 날아다니는 것이 매우 편리했다. 그래서 매일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나면 나무연을 타고 장치를 세 차례 두드리면 금세 돈황 집으로 날아갔다. 아내가 그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매우 기뻐했지만, 부모님께 놀라게 하기 싫어 말을 꺼내지 않았고, 다음 날 아침 일찍 다시 나무연을 타고 량주로 돌아왔다. 이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가 임신하게 되었다.

노반의 부모는 이른 잠을 자고 늦게 일어나 아들이 집에 돌아온 줄 전혀 몰랐다. 며느리가 임신한 것을 보고는 행실이 바르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시어머니가 따져 묻자 며느리는 남편이 매일 밤 나무연을 타고 집에 돌아온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런데 두 노인은 믿지 못하고, 직접 진위를 확인하려고 밤에 지켜보기로 했다.

등불을 켜는 무렵, 노반이 과연 나무연을 타고 집에 돌아왔다. 두 노인의 의심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노부는 기뻐하며 말했다. "아들아, 내일은 량주 공사장에 가지 말고 집에서 하루 쉬어라. 내가 나무연을 타고 세상 구경이나 하마." 다음날 아침, 노부가 나무연을 타자 아들은 장치 사용법을 일러주었다. "가까운 곳으로 갈 땐 장치의 나무 쐐기를 몇 번만 두드리고, 먼 곳으로 갈 땐 많이 두드려라. 일찍 가서 일찍 돌아와라. 내일 공사에 늦지 않게 해라."

노부는 아들의 말을 마음속에 새기고 나무연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멀리 가서 한번 놀다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쐐기를 열 번 이상 두드렸다. 귀에 바람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자 무서워 눈을 꼭 감고 나무연을 꽉 안은 채 어디든 가도록 내버려두었다. 나무연이 땅에 내려서 눈을 떠보니, 한 번에 오지(오늘날의 장쑤, 저장 지역)까지 날아와 버렸다. 오지 사람들은 하늘에서 괴물 같은 것이 내려오고, 그 위에 흰 수염을 기른 노인이 타고 있는 것을 보고 요괴라고 생각하고 몰려들어, 아무 설명 없이 몽둥이로 노인을 죽이고 칼로 나무연을 잘게 쪼갰다.

노반은 집에서 며칠 동안 기다렸지만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았다. 일이 생겼을까 걱정되어 또 한 마리의 나무연을 급히 만들어 전 지역을 날아다니며 찾았다. 오지에 도착해 물어보니 아버지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분노를 참지 못하고, 숙주(오늘날의 주취안)로 돌아가 나무로 선인을 조각해 동남쪽을 가리키게 했다. 나무선인은 신력을 지니고 있어 손가락이 오지를 가리키자 가뭄이 심해져 비가 오지 않았고, 그 해 농사가 허물어졌다.

3년 후, 오지 백성들은 서쪽에서 온 상인을 통해 오랜 가뭄이 노반이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쓴 마법임을 알게 되었다. 이에 후한 선물과 함께 숙주로 가 노반에게 사죄하고, 아버지를 오해하여 죽인 경위를 설명했다. 노반은 진실을 알고 복수한 자신의 행동에 깊이 후회하며 즉시 나무선인의 팔을 잘라내자, 오지에는 즉각 소나기가 쏟아져 가뭄이 해소되었다.

그 후 노반은 오랫동안 생각해보니, 나무연을 만들어 아버지를 잃었고, 나무선인을 만들어 하늘에 가뭄을 들게 하여 백성들이 고통받게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가지 어리석은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하고, 이 두 물건을 불에 던져 태워버렸다. 이로써 나무연과 나무선인은 역사 속에 사라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