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수탉

아주 오래전 어느 해, 극심한 가뭄이 들었다. 숲속의 작은 시내는 마르고, 샘물은 말라 버렸다. 동물들은 마실 물을 찾을 수 없어 매우 고통스러웠다.

어느 날, 곰돌이, 토끼, 사자 새끼 등 여러 동물들이 커다란 나무 아래 모여 어떻게 물을 구할지 의논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큰 나무가 입을 열었다. "얘들아, 내 뿌리 밑에 우물을 파면 물이 나올 거야."

"그럼 서둘러 시작하자!" 우물 파기가 시작되자, 다른 동물들도 이 소식을 듣고 하나같이 함께 작업에 합류했다. 사람이 많아 제대로 일하기 어려워지자 여우가 열 명씩 조를 나누어 하루씩 돌아가며 파자는 제안을 했다.

수탉과 강아지는 같은 조에 배정되었다. 그날이 되어 두 마리가 차례로 우물을 파게 되었는데, 수탉은 하루 종일 일하다 보니 허리도 아프고 온몸이 쑤셨다. "참 피곤하구나!"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번엔 견딜 만하지만, 다음엔 방법을 찾아야겠어."

두 번째로 수탉의 조 차례가 돌아왔을 때, 수탉은 가기 싫어서 강아지에게 머리가 아프고 온몸에 힘이 없다고 했다. 해가 질 무렵, 일을 마친 강아지는 '병든' 수탉이 걱정되어 그의 집으로 갔다. 그런데 수탉은 신나게 놀고 있었고, 병든 기색은 전혀 없었다! 강아지는 속임수를 눈치채고 마음이 상했다.

동물들은 고생을 두려워하지 않고 한마음으로 힘을 합쳐 우물은 빠르게 깊어져 갔다.

또 다시 수탉의 조 차례가 돌아왔다. 이번엔 병이 났다고 말하기도 민망해진 수탉은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붉히며 우물가로 왔다. "앗, 다리를 삐었어, 너무 아파!" 수탉은 발을 비비며 연기를 하고, 계속 신음소리를 냈다. "너무 아프니?" 작은 염소가 걱정하며 물었다. "괜찮아, 신경 쓰지 마." "좋아, 그럼 아래로 내려가지 말고 위에서 쉬렴." 작은 염소가 말했다.

강아지만이 수탉의 속셈을 알고 있었다. 우물 안에서 강아지는 모두에게 수탉이 게으름을 부린 사실을 말했다. "믿기지 않으면 직접 위에 올라가 봐. 수탉의 발은 분명히 아프지 않을 거야." 토끼는 반신반의하며 위로 올라와 살펴보았는데, 정말로 수탉은 다리를 벌리고 메뚜기를 쫓아다니고 있었다. 모두 수탉에게 실망했다. "물이 나오거든, 저 녀석은 마시지 못하게 해!" 강아지가 화를 내며 말했다.

드디어 우물에서 물이 솟아올랐다. 동물들은 기뻐서 뛰어올랐고, 달콤한 우물물을 한 모금씩 크게 마셨다. 며칠간의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수탉도 다가와 물을 마시려는 순간, 강아지가 말했다. "넌 어쩌고 물을 마시려고 하니?" 수탉은 얼굴을 붉히고 재빨리 도망쳤다.

하지만 목마른 느낌은 참기 어려웠다. 잠시 후, 수탉은 참지 못하고 다시 돌아왔다. 주변에 동물들이 없는 걸 확인하고는 급히 우물가로 기어와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다른 동물들에게 들킬까 봐 물 한 모금 마실 때마다 고개를 들어 사방을 살폈다. 마치 도둑 같았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수탉은 여전히 그렇게 물을 마신다. 물 한 모금 마시고, 고개를 들어 둘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