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선을 실천할 장소 없이 살아갈 수 없다

미국 뉴멕시코주 푸와 커뮤니티에는 세 명의 노숙자가 있었는데, 이들은 구걸 허가증을 소지하고 이 지역 사회에서 13년간 생활해왔다. 1998년 11월 6일, 뉴멕시코주 정부는 10년 이상 구걸한 사람들의 허가증을 취소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 이유는 그들이 이미 매우 부유해졌으며 더 이상 구걸 자격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세 명의 노숙자는 뉴멕시코를 떠나 플로리다로 가야만 했다.

이 소식을 접한 푸와 커뮤니티의 샘 신부는 즉각 반대 입장을 밝히며 주 정부에 서한을 보내 세 명의 구걸자를 다시 불러오도록 요구했다. 그는 "커뮤니티에는 구걸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주 정부의 이런 일방적인 조치는 선한 사람들을 모독하는 것이며, 인간성에 대한 무관심과 존중의 부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 법안은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모두 샘 신부가 약자에 대한 동정심에서 이런 입장을 취한 것으로 여겼다. 신의 눈에는 부자나 거지나 모두 신의 자녀로서 귀천을 가리지 않는다는 기독교의 관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독교 과학 선언지(The Christian Science Monitor)』가 이 사건에 대해 샘 신부를 인터뷰했을 때, 그 배경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샘 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40년간 저는 푸와를 포함한 여섯 개의 지역 사회에서 신부로 봉사했습니다. 이 여섯 지역 사회는 인구와 부유 정도가 거의 비슷했지만, 그 중 한 지역 사회만이 제게 마음의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찾아오는 사람이 가장 적었고, 교회에서 고백하는 사람도 다른 지역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요? 혹시 그 지역 사람들이 신앙심이 부족해서일까? 한동안 저는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런데 나중에야 알게 되었죠. 그 지역에는 다섯 명의 고아를 보호하는 고아원이 있었고, 바로 이 다섯 명의 고아들이 그들에게 복음을 가져다 준 것이었습니다. 고아들이 사람들의 선한 마음을 일깨워주었고, 선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것이죠. 자주 선을 행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설사 마음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선을 행한다면, 그 마음도 위로를 받게 됩니다. 푸와 커뮤니티의 세 명의 노숙자들도 푸와 지역의 복음입니다. 지금 그들을 내쫓았으니, 푸와 주민들이 나눔을 통해 마음의 위안과 만족을 얻을 기회도 사라진 셈입니다. 신부로서 제가 이런 법안을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샘 신부의 이 발언은 이후 『기독교 과학 선언지』에 게재되었고, 이는 뉴멕시코주 전역에서 주 정부의 '11·6 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다. 2000년 1월 4일, '11·6 법안'은 폐지되었고, 푸와 커뮤니티의 세 명의 노숙자는 경찰의 호위를 받아 플로리다에서 뉴멕시코로 돌아왔다.

세 명의 노숙자가 돌아올 때, 푸와 커뮤니티 주민들은 모두 나와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승리를 환호했다. 당시 남겨진 사진들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두 개의 현수막을 보았다. "타인을 돕는 시간을 갖는 것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다", "작은 선행 하나가 운동 한 시간 후의 상쾌함과 맞먹는다"... 물론 사진기자들에 의해 흐트러져 제대로 읽히지 않는 다른 문구들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