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이 저승에 도착했다. 염라대왕은 그가 풍부한 지혜를 지녔다는 것을 알고, 세상에서 수많은 관리들이 계속해서 저승에 도착하며, 그들이 벼슬하면서 청렴했는지 탐욕스러웠는지를 조사하는 일이 매우 번거롭다고 말하며, 장형에게 이런 관리들을 구별할 간단한 방법이 있는지 물었다.
장형은 특별히 제작된 저울 한 대를 제공했다. 염라대왕이 보니, 저울 한쪽 접시는 극도로 크고, 반대편은 매우 작았다.
"이 저울은 어떻게 쓰는 것이냐?" 하고 염라대왕이 물었다.
장형이 염라대왕에게 말했다. "관리가 저승에 오면, 당신은 그의 관모를 추(무게추) 삼아 작은 접시 위에 올리기만 하면, 그가 다스렸던 백성들이 곧바로 반대편 큰 접시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관모가 놓인 접시가 백성이 담긴 접시보다 무겁다면, 그 관리는 반드시 나쁜 벼슬아치일 것입니다. 반대로 백성이 담긴 접시가 관모 쪽보다 조금이라도 더 무겁다면, 그 관리는 비교적 훌륭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장형은 염라대왕에게 당부했다. "어떤 관리를 평가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스스로 저울을 만지지 마십시오!"
저울은 염라대왕 곁에 하룻밤 동안 두어졌다.
다음 날, 염라대왕이 장형에게 말했다. "네가 준 저울은 별로 좋지 않더라. 이미 내가 해체하라고 명령했다."
"정말 유감입니다!" 장형이 말했다. "제가 폐하께서 저울을 만지지 말라고 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폐하께서 저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분명히 폐하께서 먼저 자신의 관모로 저울을 시험해보셨기 때문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