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을 이마에 쓰고 다니기

예전에 나는 '시인'이라는 직업에 대해 이런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긴 머리, 얼굴도 옷도 잘 안 세탁하고, 말수가 적은 사람. 그런데 최근 그 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유는 내가 '민간 시인' 모임에 참석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세 명의 대머리가 눈에 띄었다. 알고 지내던 시인 친구도 대머리였는데, 열정적으로 나를 소개해주었다. "이분은 시인某某 씨, 이분은 시인某某 씨..."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는데, 도중에 또 두 명의 동지가 도착했다. 들어오는 사람마다 대머리였다. 만약 탁자 위에 '진짜 음식'과 '보드카'가 놓여 있지 않았다면, 시인들의 모임이 아니라 불문(佛門) 제자들이 수행 경험을 나누는 자리라고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물었다. "왜 다들 대머리가 된 거예요?"

그들이 답했다. "글쎄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처음엔 몇 명이 대머리가 되더니, 다들 그圈子 안에서 유행이라고 생각해서 따라하다 보니 모두 대머리가 됐어요."

현장에 있는 유일한 비대머리 남자로서 나는 조금 창피하기도 했다. 그들이 나를 위로하며 말했다.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어차피 당신은 시인이잖아요."

머리를 쓰다듬어 보니, 나는 시인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턱을 만져보니, 나는 감독도 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특히 방송국 감독 말이다. 그 직업은 수염을 기르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으며, 심지어 상성(相聲)에도 등장할 정도다. 한 번은 내가 어떤 촬영장에 들어갔다가 수염이 풍성한 사람을 보고 '감독!'이라고 불렀다. 그 사람은 서둘러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는 단지 세트장 꾸미는 사람입니다. 곧 여러분을 위해 '욕실 히터'를 켜줄 사람이죠."

또 다른 하나의 집단이 있는데, 객관적으로 말하면 직업이라 정의하기는 어렵다. 바로 '여우(驢友)'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이 집단에서는 대개 이런 이미지가 흔하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으며, 왼손에는 커다란 시계를, 오른손에는 불주 beads를 차고, 오프로드 차량을 몰고, 공부차를 마신다. 30분 이상 대화를 나누면 반드시 진심 어린 말로 말할 것이다. "형제야, 내 나이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어.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건—간단함이야." 외형만 비슷한 것이 아니라 말투와 내용까지도 유사해서, 한 여행 잡지의 젊은 기자는 일시적으로 자신을 의심하게 되었다. '내 생각이 너무 순수하지 않은 걸까?'

그는 하루 종일 인터뷰 대상자들이 '간단함'의 진리를 설파하는 말을 듣다 결국 참지 못하고 한 사람에게 소리쳤다. "그건 네가 복잡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야!"

시도 쓰고 감독도 해본 '여우' 한 명이 자신의 대머리를 쓰다듬고 턱수염을 쓸며 깨달은 듯 말했다. "말 안 하면 몰랐겠네, 네 말이 꽤 일리 있네."

이렇게 꾸지람을 들었던 이 친구가 얼마 후 갑자기 모습을 바꿨다. 수염을 밀고, 뒤로 넘긴 머리 모양의 가발을 쓰고, 양복을 입고, 목에는 실크 스카프를 두르며, 코 위에는 평광 안경을 썼다. 기자 친구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왜 갑자기 이렇게 변한 거예요?"

그가 답했다. "형이 이제 직업 매니저가 됐으니, 직업 매니저다운 모습을 좀 갖춰야지."

예전에 영화를 볼 때면, 해적은 검은 안대를 하고, 건달은 용 문신을 하는 등 캐릭터 디자인이 너무 공식화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공식화에도 현실적인 근거가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