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영지회(絕纓之會)

초장왕은 춘추오패(春秋五霸) 중 한 명으로, 춘추 시대 초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업적을 세운 군주였다.

한 번은 초장왕이 대승을 거두고 매우 기뻐하여 궁중에 성대한 연회를 베풀고 신하들을 불러 잔치를 벌였으며, 궁전 안은 온통 북적북적했다. 초왕 역시 기분이 좋았던 나머지 가장 총애하는 후궁인 허기(許姬)를 불러 신하들에게 돌아가며 술을 따라주게 하여 분위기를 돋웠다.

그러자 갑자기 강풍이 궁전 안으로 몰아쳐 촛불이 꺼지고, 순간적으로 전실이 깜깜해졌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허기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가까이 다가가려 했다. 허기는 재빨리 그 사람의 관모(冠帽)에 달린 실꼬리(영, 纓)를 뽑아낸 뒤 재빨리 벗어났다.

허기는 실꼬리를 손에 쥔 채 급히 장왕에게 알렸다. "방금 술을 따르다가 촛불이 꺼진 틈을 타 부정한 짓을 하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제가 이 사람의 모자의 실꼬리를 뽑아냈습니다. 대왕께서 서둘러 촛불을 켜시어, 과연 누가 이런 무모한 짓을 했는지 보십시오."

그런데 장왕은 잠시 생각하다가 오히려 촛불을 아직 켜지 말라고 하고, 모두에게 말했다. "오늘 모두가 이렇게 즐거운 자리인데, 좀 더 편하게 합시다. 차라리 머리에 쓴 모자와 투구를 다 벗어버리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하면 술도 더 시원하게 마실 수 있을 테니까요."

촛불이 다시 켜지고 연회가 재개되었지만, 장왕은 여전히 유쾌하게 웃고 떠들었으며, 사랑하는 후궁을 모욕한 그 사람을 끝까지 추궁하지 않았다.

연회 후 허기가 장왕에게 원한을 풀어주지 않은 것을 원망했다.

장왕은 웃으며 말했다. "군주와 신하들이 마음껏 즐기는 자리에서 누군가 술에 취해 예의를 벗어나는 것은 이해할 만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로 공을 세운 신하를 처형한다면 애국하는 장병들의 마음이 싸늘해질 것이고, 백성들도 더 이상 초나라를 위해 힘쓰지 않게 될 것입니다."

허기는 자연스럽ảy 초왕의 배려심 깊은 판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7년 후, 초장왕이 정(鄭)나라를 치기 위해 군대를 일으키자, 부장인 당교(唐狡)가 자청하여 백여 명의 병사들을 이끌고 선봉장이 되었다. 당교는 병사들과 함께 사력을 다해 싸우며 목숨을 걸고 돌격했고, 결국 적진을 뚫고 피를 흘리지 않고 후속 부대가 정나라 수도에 도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공을 따져 상을 내릴 때, 당교는 상을 사양하며 말했다. "절영지회(結纓之會) 때 허기의 소매를 끌었던 사람이 바로 신하입니다. 대왕께서 저를 처형하지 않고 은혜를 베푸신 덕분에 오늘 목숨을 바쳐 보답하는 것입니다."

장왕은 이를 듣고 감개무량했다.

해설: 관용과 넓은 아량은 원한을 없애고 상대를 감화시킬 수 있다. 반대로 좁은 마음과 계산은 친구마저 적으로 만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