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나는 우한 소재 한 주요 대학의 졸업 예정자를 면접 보았다. 그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특별히 베이징까지 온 것이었다.
그는 검은색 운동복 차림으로 프런트 데스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막 만나자마자 그는 두 손을 밖으로 펼치며 말했다. "어제 이미 제 이력서를 보셨으니까, 오늘은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펜은 가져왔나요?" 어제 전화로 펜을 가져오라고 당부했던 터였다.
"네, 가져왔습니다."
"좋아요."
나는 그를 휴게 공간으로 안내한 후 시험지 한 묶음을 건넸다. "이건 필기시험 문제입니다. 제한 시간은 한 시간이고요. 먼저 이 시험지를 완성해 주시고, 그 후에 자세히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그는 시험지를 받아 들여 살펴본 후 말할 기세였다. "제가 이 시험지를 풀어야 하나요?"
"네, 맞아요. 우선 문제부터 풀어보세요."
그는 문제지를 계속 살펴보다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이 시험지는 제가 풀 수 없습니다."
"왜요?"
"여기에는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내용을 묻는 문제가 많아서, 전 그런 걸 몰라요."
아마 긴장한 걸까? 나는 그를 위로하고 싶었다. "긴장하지 마세요. 최선을 다해 답하시면 됩니다. 시험지는 참고용일 뿐이니까요."
그는 말했다. "제가 이 시험지를 풀어야 한다면, 지금 바로 말씀드릴 수 있어요. 전 풀 수 없습니다. 이런 정보는 제가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고, 주목한 적도 없어요. 그런데 이 시험지가 귀사의 채용 직무와 무슨 관련이 있나요?"
놀랍게도 그는 나에게 이렇게 도전적인 질문을 던진 것이다. 나는 그의 논리에 휘말리지 않고 반문했다. "그럼 당신은 어떤 능력이 이 직무와 관련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는 시험지를 덮어 테이블 한가운데로 밀며 말했다. "잘 모르겠지만, 저는 정말 특별합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면접을 끝내고 싶었지만,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로 그에게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나는 시험지를 치워두고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좋아요. 그럼 말해보세요. 당신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나요?"
그는 나를 바라보며 다소 긴장한 기색이 있었지만, 여전히 고개를 약간 높이 들고 말했다. "사람과 사람의 차이점은 핵심(core)에 있습니다." 그는 오른손을 살짝 모아 제스처를 취했다. "제 핵심은 매우 강력하고, 사고력이 풍부합니다. 사회와 세계에 대한 제 사고는 누구보다도 깊으며,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저는 다른 사람과 핵심에서 다릅니다. 방금 시험지에 나온 내용들은 단지 정보일 뿐이죠. 배우기만 하면 금방 익힐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사고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은 다 해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성공적인 일을 해본 적이 있나요?"
"전 학교에서 기자로 일했고, 웹사이트 편집도 했습니다. 뉴스를 취재하고 기사도 써서 인터넷에 게시했죠. 이런 일련의 과정에 대해 저는 매우 익숙합니다."
"좋아요. 그 일을 어떻게 해냈나요?"
"저는 정말 엄청나게 많은 책을 읽었어요. 제가 읽은 책의 양은 누구보다 많습니다. 제 사고는 깊고, 내면은 매우 강력합니다. 알다시피 이런 말은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고, 아마 이해하기 어려우시겠지만요. 하지만 저는 정말 특별합니다."
나는 계속해서 구체적인 사례를 말하도록 유도했지만, 그는 끊임없이 '사고력'으로 돌아가 버렸고, 나는 거의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좋아요. 다른 말 하고 싶은 거라도 있나요?"
"귀사의 업무는 모두 세부적인 일들이지만, 제가 하고 싶다고 마음먹은 일이라면 반드시 해낼 수 있습니다. 마치 오늘 제가 이 면접을 보기 위해 왔을 때, 저는 스스로에 대해 충분한 자신감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만약 제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면, 그럼 이만 하죠. 지금 바로 떠나도 괜찮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는 그에게 말했다. "우리가 만나서 지금까지 겨우 10분 밖에 안 됐어요. 하지만 한마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취업할 때 도움이 되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는 내가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는지, 눈에 약간의 놀라움과 호기심이 스쳐가며 고개를 약간 숙였다.
내가 말했다. "사람의 가장 큰 가치는 '생각이 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가에 있습니다. 가치란 스스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타인을 통해 비로소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는 "아…" 하고 짧게 대답했다. 마치 깨달은 듯하면서도, 혹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어올렸다.
나는 동료에게 그를 문까지 배웅해달라고 했지만, 그는 매우 여유 있게 손을 흔들며 연신 말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이렇게 검은 옷을 입은 한 사람의 그림자가, 혼자서 당당하게, 그러나 쓸쓸하게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