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꾀꼬리

옛날, 한 왕은 새를 기르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궁전 전체가 거의 새들의 낙원이었으며, 까치, 비둘기, 제비, 앵무새, 황새, 뻐꾸기, 꾀꼬리 등 온갖 종류의 새들이 다 있었다.

왕이 어전에 등장할 때마다, 새들은 우르르 몰려와 찬양을 부르며 아첨하고 왕의 총애를 얻기 위해 경쟁했다. 왕은 이에 따라 궁전에서 매년 '최고의 새'를 뽑는 평가 행사를 열기로 하는 칙령을 내렸다.

왕의 취향에 따라 앵무새, 제비, 까치, 황새 등이 차례로 '최고의 새'로 선정되어 왕의 특별한 상을 받았다.

그러나 비둘기와 뻐꾸기는 아첨을 하지 못했다. 왕이 그들을 찾아오면 비둘기는 늘 "구구구, 꾸꾸꾸, 힘들다, 고통스럽다..."라고 말했고, 뻐꾸기는 솔직하게 "돌아가자..."라고 말했다. 왕은 매우 화가 나서 더 이상 그들을 상대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꾀꼬리도 왕의 관심 밖에 있는 새 중 하나였다. 그러나 궁전에서 오래 생활하면서 꾀꼬리는 교묘한 계략을 갖게 되었고, 자신의 지위를 바꾸려면 왕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매일 정성스럽게 자신을 단장하고 눈썹을 매우 뚜렷하게 그렸다. 왕이 오자마자 꾀꼬리의 우아한 자태를 눈치채게 되었고, 꾀꼬리는 틈을 타서 애교 섞인 목소리로 《궁중의 음악》이라는 찬가를 불렀다. 왕은 기쁨에 겨워 마음이 흐뭇해졌고, 특별히 은혜를 베풀어 꾀꼬리만을 따로 데리고 어영원을 둘러보았다.

꾀꼬리는 이 좋은 기회를 이용해 다른 새들을 비난했다. 까치는 좋은 말만 하지 실제로는 속마음과 다르며, 제비와 앵무새는 남의 말을 그대로 따라할 뿐 독자적인 의견이 전혀 없고, 야생의 꾀꼬리는 목소리는 좋지만 그저 야릇하고 음란한 음악을 부르며, 밤에 잠들게 하는 용도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난 몇 차례 '최고의 새' 선정 이후 모두가 불만을 품고 있다고 했다.

왕은 이를 사실로 믿고, 이후의 평가에서는 까치, 제비, 앵무새, 황새를 먼저 제외시켰고, 비둘기와 뻐꾸기는 당연히 꾀꼬리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리하여 그때부터 매년 '최고의 새'는 꾀꼬리가 차지하게 되었다.

꾀꼬리는 교묘한 수단을 써서 매년 최고의 상을 받게 되자, 점점 자기만족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어느 날, 새를 사랑하던 왕이 불치의 병에 걸리고 말았다. 죽음을 앞두고도 새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었지만, 어쨌든 죽어가는 노인이었기에 자비를 베풀어 모든 새들을 산림으로 돌려보내 자유를 주고 싶어졌다. 다만 죽어서 외로움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게 하기 위해, 한 마리의 좋은 새를 묘지에 함께 묻어두고 싶었다. 왕은 새들에게 추천을 부탁했다.

"그건 꾀꼬리 말고는 안 되겠어요!" 새들이 한목소리로 말했다. "10년 넘게 '최고의 새'를 차지한 녀석을 누가 따라잡겠어요!"

이에 따라 왕이 세상을 떠날 때, 궁전에 갇혀 있던 모든 새들은 기쁨에 찬 날개를 펴 하늘로 날아올랐다. 오직 불쌍한 꾀꼬리만이 왕의 묘지에 함께 묻히는 운명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