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디로 가는지 묻지 마세요. 나는 당신의 한 장의 푸른 잎이고, 내 뿌리는 당신의 땅속에 있습니다. 이것이 잎이 뿌리에게 전하는 정입니다." 아침바람 속에서 잎은 이 감동적인 노래를 반복해 부른다. 그것은 잎이 뿌리 어머니에게 하는 고백이다.
봄바람이 대지를 스쳐가는 순간, 봄비가 하늘에서 속속 떨어진다. 겨울 동안 잠들어 있던 뿌리 어머니가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금보다 소중한 봄비를 흡수하고 각종 영양분을 조화롭게 섞어, 모든 가지 끝까지 끊임없이 공급한다. 가지마다 순식간에 잎눈이 터지고, 그 잎눈이 천천히 펼쳐져 연두색 잎사귀가 된다. 수많은 나무들이 온통 연한 녹색으로 물들어, 취할 듯 아름다운 봄날의 풍경을 그려낸다.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이며, 관광객들은 푸르른 나무 사이에서 줄지어 사진을 찍는다.
사람들은 푸른 잎을 좋아하고 칭찬한다. 잎은 사람들의 생활 공간을 아름답게 꾸며줄 뿐 아니라 산소를 만들어내고 환경을 정화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진심으로 잎에게 감사하며 찬양한다.
이러한 순간, 잎은 다시금 "사사사-" 하는 소리로 그 노래를 부르며, 뿌리 어머니에게 마음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예전에 뿌리 어머니는 망설임 없이 하루도 빛을 보지 못하는 흙 속으로 파고들어, 묵묵히 성실하게 일하며 수대에 걸쳐 잎 아이들을 키워왔다. 수십 년을 한결같이 원망 없이 살아왔다. 사람들이 푸른 잎을 감상하고 칭찬할 때, 뿌리 어머니는 사람들의 발밑에 짓밟히고 있었다. 그러나 뿌리 어머니는 원망하지 않았고, 훌륭한 잎 자식들을 가졌다는 것에 늘 자부심을 느꼈다.
추운 바람이 찬기운을 몰고 지나가자, 잎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감기에 걸려 목소리도 쉬어버렸지만, 그녀는 여전히 깊은 정을 담은 그 노래를 불렀다. 뿌리 어머니의 양육의 은혜를 기억하며.
늦가을이 되자 흙이 말라서 곧 균열이 생기려 했다. 뿌리 어머니는 예전처럼 자식들에게 충분한 수분과 양분을 공급할 수 없게 되었고, 깊이 자책하며 큰 죄책감을 느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잎은 뿌리 어머니의 깊은 마음과 곤란한 처지를 알게 되자, 즉시 뿌리 어머니의 수송 통로를 끊어버렸다. 잎은 누렇고 야윈 모습이 되어 예전의 활력을 잃었다. 뿌리 어머니는 극도로 마음이 아팠지만 통로를 다시 열 수 없었고, 사랑하는 잎 자식들이 누렇게 말라가는 것을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슬픔이 온몸을 찌르는 듯했다.
한 줄기 가을바람이 무수한 노란 잎을 휘날리게 하며 하늘 위로 날려보낸다.
"봐봐, 노랑나비 무리가 춤을 추며 어디로 날아가려는 걸까?" 아이들이 기쁨에 찬 목소리로 외친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 묻지 마세요!" 노란 잎이 말한다. "나무가 아무리 높아 천장에 닿아도, 결국 낙엽은 뿌리로 돌아간다. 이것이 우리 조상들이 내린 규칙이야!"
노란 잎들이 하나둘 떨어져, 뿌리 어머니를 꼭 둘러싸고 감싸안는다. 뿌리 어머니는 따뜻한 기운을 느끼며 서서히 잠이 든다. 그녀는 달콤한 봄날의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