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을 이마에 쓰고 다니기
예전에 나는 '시인'이라는 직업에 대해 이런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긴 머리, 얼굴도 옷도 잘 안 세탁하고, 말수가 적은 사람. 그런데 최근 그 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유는 내가 '민간 시인' 모임에 참석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세 명의 대머리가 눈에 띄었다. 알고 지내던 시인 친구도 대머리였는데, 열정적으로 나를 소개해주었다. "이분은 시인某某 씨, 이분은 시인某某 씨..."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는데, 도중에 또 두 명의 동지가 도착했다. 들어오는 사람마다 대머리였다. 만약 탁자 위에 '진짜 음식'과 '보드카'가 놓여 있지 않았다면, 시인들의 모임이 아니라 불문(佛門) 제자들이 수행 경험을 나누는 자리라고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물었다. "왜 다들 대머리가 된 거예요?"
그들이 답했다. "글쎄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처음엔 몇 명이 대머리가 되더니, 다들 그圈子 안에서 유행이라고 생각해서 따라하다 보니 모두 대머리가 됐어요."